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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파워볼게임

■ “엄마 일 돕는 조민 봤다”는 최성해 조카…검찰 “시기 달라”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6번째 공판에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 이 모 씨와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이 씨는, 수년간 동양대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해왔는데, 2017년 여름 계약 파기를 통보받으면서 삼촌인 최성해 전 총장과 사이가 틀어진 인물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가, 최 전 총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요. 2012년 여름에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조민 씨를 자신이 직접 목격했고, 최 전 총장도 조 씨를 특별히 ‘예뻐했기’ 때문에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이날 법정에서도 관련 질문이 잇따랐고, 이 씨는 2012년 여름 조 씨가 봉사 활동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을 인솔하거나 원어민 교사와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여름인데 일하기 힘들지 않으냐”며 대화를 나눈 적도 있는데, 이때 조 씨가 “엄마 일을 돕고 있다”고 답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씨 증언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시기가 안 맞는다는 겁니다. 관련 공지사항 등을 볼 때, 이 씨가 조민 씨를 봤다는 2012년 여름에는 동양대에 인문학 영재프로그램 자체가 개설된 적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은 이 씨에게 “조민 씨가 아이들을 인솔하고, 원어민 교사와 얘기하고, 커피를 마셨다는 게 확실한 기억인가”라고 재차 물었습니다.파워볼사다리

이 씨는 확실한 기억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연이은 추궁에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민 씨가 인솔한 아이들이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몇 살 정도 되는 학생들인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 씨에게 ‘위증죄’를 언급했습니다. 증언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 씨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드러냈죠. 이후로도 이 씨는 정 교수 아들 조 모 씨를 동양대에서 마주친 연도를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재판부로부터 재차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 “윤석열과 밥 먹었다, 깝치지 마라”…최성해 전 총장의 협박?

이날 이 씨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최성해 전 총장과 관련한 다소 놀라운 증언도 나왔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쯤, 최 전 총장이 이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내가 윤석열과 밥도 먹었고, 윤석열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인 문재인과 조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그러니 너 깝치지 마라. 조국이 법무부 장관을 하면 절대 안 된다. 너도 잘못하면 구속시켜버리겠다.”

이 씨는 최 전 총장에게 직접, 윤석열 검찰총장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어떤 일을 ‘모의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동양대 직원들은 모두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최 전 총장만 서울 서초구에 있는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들었다는 거죠.

검찰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데 믿었느냐”고 물었고, 이 씨는 “믿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최 전 총장은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윤 총장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 전 총장,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한 걸까요? 이 씨는 자신의 SNS가 지역에서 파급력이 있다 보니, 혹여나 SNS에 뭔가 방해되는 글을 올릴 것을 걱정해 이렇게 말한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예전에 학교로부터 카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도 SNS에 글을 올렸다가, 최 전 총장의 설득으로 내린 적이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증인으로 나오기 사흘 전, 최 전 총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도 밝혔습니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까지 직접 공개했는데요. ‘성해 삼촌’으로부터 걸려온 통화는 무려 29분간 이어졌습니다. 최 전 총장이 전화로 무슨 말을 했던 거냐는 변호인 질문에, 이 씨는 정 교수와 자신을 이간질하는 말이었다고 답했습니다.

■ “논문 첫 장은 제출한 것 같다”…청문회 답변, 다른 버전도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을 총괄했던 김미경 비서관. 매일 새벽 6시부터 자정 넘어까지 근무하며, 논문 표절이나 위장전입, 부동산 매매계약 등 후보자 개인에게 제기되는 각종 신상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전담해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겠죠?

이날 법정에서도 청문회를 준비하며 만들어졌던 ‘예상 문답’이 쟁점이 됐습니다. 정 교수 PC에서 출력된 ‘190831 딸 이슈’라는 한글 파일을 보면, 마치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제1저자로 적혀 있는 단국대 논문의 첫 장이 고려대 입시에 제출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대 입시에 단국대 논문을 제출 안 했느냐’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로 돼 있지만, 그 아래 check 부분에는 ‘딸은 논문의 첫 장은 활동 내역에 대한 소명자료로 제출한 것 같다고 하나’라고 돼 있기 때문입니다.하나파워볼

검찰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습니다. 사실 조 전 장관도 딸에게 물어 논문의 첫 장을 고려대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시치미를 떼는 답변을 만들어둔 게 아니냐는 거죠. 재판부도 이런 문구가 예상 답변에 포함된 이유가 궁금했는지, 김 비서관에게 문제의 check 부분은 누가 작성한 것인지 물었습니다.

김 비서관은 해당 문서를 자신이 작성하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31일이란 날짜를 볼 때 이 파일이 과연 최종본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9월 2일, 청문회는 9월 6일이었는데 행사 당일까지도 끊임없이 수정 작업을 했기 때문에 최종본은 이 문서와 다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가장 중요했던 행사를 앞두고 미리 답변을 준비했을 것 아니냐며, 8월 31일쯤이면 이미 완성본이 나왔을 시기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검찰도 자꾸 답변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답해달라고 재차 말했습니다. 결국 김 비서관은 해당 문서를 청문회준비단에서 작성한 건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당 문구가 조민 씨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인지, 어떤 경위로 예상 답변에 포함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 ‘사모펀드 보고서’ 먼저 받아든 조국, 청문회준비단도 속였나?

또 한 가지 쟁점이 된 건 정 교수와 정 교수 동생, 그리고 자녀들이 투자했던 ‘펀드운용현황보고서’의 행방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최초 언론 보도가 나오자 김 비서관은 정 교수에게 정관이나 보고서 등 펀드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자료가 없던 정 교수는 코링크PE 측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정 교수는 코링크PE 측이 작성한 1차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처음엔 서울 종로구 적선동 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있는 김 비서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내 말을 바꿔 코링크PE 측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주소를 알려줬고, 자료는 16일에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전달됐습니다. 앞서 법정에 나온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는 이때 정 교수가 “준비단도 못 믿겠다”, “해당 사모펀드에 동생이 출자한 사실은 청문회준비단에도 절대 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청문회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이 이 펀드 자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준비단 측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미 자료가 조 전 장관 손에 들어간 건 꿈에도 모른 채 다음날인 17일에 자료를 다시 요청했고, 19일이 되어서야 준비단 소속 사모펀드 담당 검사를 통해 자료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료, 조 전 장관이 받은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일부 내용이 수정됐습니다. 대략적인 투자처만 적혔던 1차 보고서와 달리 2차 보고서에는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사모펀드)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조 전 장관 측 주장대로, ‘블라인드 펀드’라는 점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나게 바뀐 거죠.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1차 운용현황보고서를 은폐하기 위해 청문회준비단도 속였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개인정보 문제로 제공할 수 없다던 자료를 사모펀드 담당 검사가 구해서 들고 왔을 때도, ‘검사가 요청하니까 주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지 별다른 의심을 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워낙 바쁘다 보니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도 말했습니다.

■ 박지원 휴대폰 속 ‘동양대 표창장’, 검찰발 아닌 청문회준비단발?

이날 새롭게 밝혀진 사실 하나가 또 있었습니다. 박지원 당시 청문회 위원이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컬러 사진’ 출처가, 바로 김미경 비서관일 수 있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당시 박 전 위원은 “후보자(조국)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검찰에 압수수색이 된 표창장은 저한테도 들어와 있다”며, 마치 검찰이 표창장 사진을 외부로 흘렸다는 식으로 말했었죠. 하지만 검찰이 ‘컬러 사진’이 아닌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된 ‘흑백 사본’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재판에서 김 비서관은 자신이 해당 사진을 박 전 위원 측에 넘겼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 가족 중 누군가한테 받은 사진을 보좌진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사진을 최초에 누구로부터 받은 건지, 또 자신이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등 정확한 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비서관은 “저도 저밖에 없을 것 같다”며 “많이들 물어보셔서 제가 보냈을 수는 있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 재판부 “조국은 집에 가서 대화 안 하나”…’가담 여부’ 공방

정 교수 재판이었지만, 이날도 조 전 장관이 증인신문 곳곳에 등장했습니다. 검찰은 김 비서관에게 수시로 조 전 장관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펀드 출자금액이 지나치게 크다는 첫 의혹보도부터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펀드 운용사 관여 의혹 보도, 정 교수 동생이 펀드 투자자 가운데 하나였다는 보도 등 사건의 중요 국면마다 조 전 장관이 어떻게 반응했고,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가담 정도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김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조국 전 장관도 저만큼 놀라고 당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보도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때마다 저는 너무 놀랐고, 제가 놀란 거나 후보자가 놀란 게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은 대부분 의혹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래서 오히려 배우자인 정 교수나 딸 조민 씨 등에게 자료나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정엽 재판장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 전 장관도 보도를 통해 관련 의혹이 불거졌으면 집에 가서 아내나 자녀에게 직접 물어볼 법도 한데, 어떻게 매번 모를 수 있느냐는 거죠. 재판장은 “다른 게 빵빵 터지고 있는데 조국 씨는 집에 가서 정 교수한테 확인할 거 아닌가”, “분명히 정 교수에게 물어봤을 텐데 정 교수한테 대답을 못 들었단 것인가”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당시 조 전 장관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고, 신상팀 내에서 나름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조 전 장관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계속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죠.

■ ‘정경심 1심’ 증인신문 막바지…이르면 11월 선고

정 교수의 1심 재판,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남은 증인은 모두 11명인데요.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남편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오는 3일에 예정돼 있습니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에 나란히 기소돼있긴 하지만, 부부가 함께 법정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증언대에 설 조 전 장관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지, 아니면 적극적인 해명을 이어갈지 주목됩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재판 증인신문을 다음 달 24일까지 마무리하고, 10월 8일에는 검찰 측 서증조사, 10월 15일에는 변호인 측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에게 직접 신문사항을 묻는 피고인신문과 양측의 최종 의견을 듣는 결심공판이 이어지고, 판결이 선고될 예정인데요. 이르면 10월 말에는 변론 절차가 종결될 테니, 11월 안에는 정 교수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정 교수 재판에 나온 조국 전 장관의 증언 내용,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금융위, 고령층 위한 금융 서비스

고령자가 고액을 결제하면 자녀 휴대폰에 ‘어디서 얼마를 썼다’는 문자메시지가 오는 신용카드가 나올 예정이다. 나이 든 사람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기능을 단순하게 만든 고령자 전용 스마트폰 앱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30일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만원 등 일정액 이상을 결제하면 보호자에게 자동 통보해주는 ‘고령자 전용카드’가 개발된다. 이를 통해 보호자가 결제처 등을 보고 금융 사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고령자 휴대폰에는 보이스피싱을 방지하는 앱을 미리 설치해 내놓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일명 ‘치매 신탁(후견지원신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건강할 때 자산을 맡겨두면, 신탁 회사가 잘 관리하다 후견이 필요할 때 병원비·간병비 등을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또 주요 보험의 가입 연령 한도(현행 65세 전후)를 70세 정도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금융 소외’를 방지하는 대책도 담겼다. 요즘 금융사가 온라인으로만 특판 상품을 팔아 고령층은 기회를 못 얻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사가 온라인 특판 상품을 내면, 그와 유사한 혜택을 주는 고령층 전용 오프라인 상품도 함께 내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또 고령층도 쉽게 쓸 수 있는 전용 모바일 앱도 만든다. 글씨 크기를 키우고 고령층이 주로 쓰는 핵심 기능 위주로 만들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오프라인 점포를 폐쇄하는 것도 앞으로는 까다로워진다. 우선 은행이 점포를 닫기 이전에 외부 전문가와 함께 ‘지점폐쇄 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점포를 폐쇄해도 이를 대체할 수단이 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또 점포를 닫기로 결정할 경우 고객에게 최소 3개월 전에는 알려야 한다.

금융 당국은 고령자를 노린 불완전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령층 다수가 연루된 불완전 판매가 터지면 금융사를 가중 제재하고, 제재 수위 감면도 해주지 않기로 했다. 불완전 판매를 줄이기 위해 핵심 내용만 추리고 그림·동영상 등을 활용한 ‘고령층 전용 상품설명서’도 도입한다.

정부는 보호자 등 가까운 지인이 고령자의 재산을 빼앗는 일을 막기 위해 ‘노인금융피해방지법(가칭)’을 만들기로 했다. 예컨대 고령자 착취로 의심될 때 금융회사가 거래를 거절하거나 경찰 등에 신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불이익이 뻔한데도 보호자가 고령자 명의의 금융 상품을 해지하거나, 거액을 자주 인출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금융 착취 의심 신호로 꼽힌다.

이날 오전 3시 일본 남오키나와 남쪽 660km 부근 해상서 북진
2일 오전 서귀포 남쪽 해상, 3일 오전 부산 북서쪽 육상 관통

31일 오전 3시 기준 마이삭 예상경로 © 뉴스1(기상청 갈무리)
31일 오전 3시 기준 마이삭 예상경로 © 뉴스1(기상청 갈무리)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 31일 오후부터 태풍 강도가 ‘매우 강’으로 세질 전망이다. 이후 9월 2일 우리나라 서귀포 인근을 지나 영남지방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기준 태풍 마이삭은 일본 오키나와 남쪽 약 660㎞ 부근 해상에서 북진 중이다.

중심기압은 955hPa(헥토파스칼)이다. 최대풍속은 시속 144㎞, 초속 40m로 강도는 ‘강’ 수준이다. 강풍반경은 320㎞, 크기는 ‘중형’이다.

강도 ‘강’은 기차가 탈선하는 수준의 세기다. 태풍은 이날 오후부터 강도가 ‘매우 강’ 수준으로 세질 것으로 보인다. ‘매우 강’에서는 사람과 커다란 돌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

마이삭은 이날 오후 3시쯤 일본 오키나와 남쪽 약 350㎞ 부근 해상을 지나 9월1일 오전 3시 오키나와 남쪽 약 170㎞ 부근 해상, 1일 오후 3시 오키나와 남서쪽 약 170㎞ 부근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은 9월2일 오전 3시쯤 서귀포 남쪽 약 440㎞ 부근 해상에 다다를 전망이다.

이때까지 마이삭은 ‘매우 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최대풍속은 시속 176㎞, 초속 49m 정도다. 강풍반경은 370㎞로 ‘중형’이다.

9월3일 오전 3시쯤에는 부산 북서쪽 약 20㎞ 부근 육상을 관통하겠다.

이때 마이삭의 최대풍속은 시속 144㎞, 초속 40m로, ‘강’ 수준으로 다소 약화할 전망이다. 강풍반경은 340㎞로 중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삭은 4일 오전 3시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북동쪽 약 320㎞ 부근 육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삭은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나무의 한 종류를 뜻한다.

hemingway@news1.kr

복지부 시행 첫해 지원자 8명 불과, 올해는 겨우 4명
의무복무기간 실효성 의문..”근본 처우개선 없인 제자리”

서울대병원 소속 전문의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2020.8.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대병원 소속 전문의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2020.8.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첫 시범사업에 나선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지역의사 양성이라는 취지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정책의 ‘축소판’이다. 이 사업이 의대생 외면으로 정원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며 극히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의대 확대와 거의 유사한 현 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만큼 관련 정책의 대대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 정원수 확대 보다 공공의료 종사 의료인에 대한 처우 개선이 지역 의료격차 해결의 열쇠란 지적도 나온다.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윤주경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억46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공중보건장학제도 운영’ 사업을 처음 시행했다.

이 사업을 통해 선발된 의대생 20명에게는 1인당 등록금 1200만원, 생활비 840만원 등 2040만원을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지원한다. 지원금을 받은 의대생은 지원받은 기간(최소 2년에서 최대 5년) 만큼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입학금과 수업료, 실습비·기숙사비 등 일체를 국고로 지원하는 공공의대 신설 사업과 내용 면에서 거의 흡사하다. 공공의대 사업이 지원금액이 더 많은 대신 의무복무기간도 더 길다는 점 정도에서 일부 차이가 있는 정도다.

하지만 공공의대 확대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의대생들의 호응이 매우 낮았다. 지난해 20명을 선정할 예정이었는데 지원자가 8명에 그쳤다. 집행금액도 7100만원에 불과해 사업비 실집행률은 34.8%에 그쳤다.

복지부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 장학생 선발을 요청했는데, 충북·전북·전남 등에서는 선발 요청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에서만 가까스로 3명이 장학생을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중보건장학제도 실적은 더욱 참담하다. 지난해 저조한 지원율을 감안해 예산편성을 줄여 14명으로 정원을 줄였는데도 2020년 6월 기준 선발된 의대생은 4명에 불과하다. 복지부가 다른 장학금과의 중복 수혜를 허용하는 등 유치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정원에는 턱 없이 미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수도권 병상공동대응 상황실을 방문, 코로나19 현장 대응반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0.8.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수도권 병상공동대응 상황실을 방문, 코로나19 현장 대응반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0.8.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공공의료의 또 다른 한축인 군병원은 기형적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실력있는 의사들을 붙잡을 유인이 없어 민간병원 의존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의료기관 역할에 그쳐 현역병 환자 치료의 대부분을 민간병원에 넘기고 있다.

최근 5년간 현역병의 군병원 이용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군병원 이용율은 45.2%에 불과했다. 2015년 58.4%에서 매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기간 민간병원 진료비율은 29.7%에서 37.2%로 증가했다.

군병원 진료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전문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전문인력 관련 인건비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하다. 군의관의 보수는 민간병원은 물론이고, 국·공립 병원의사에 비해서도 7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군의관 보수 현실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진료업무보조비는 지난해 14억원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반면 외부 민간병원 이용을 위한 현역병 건강보험부담금은725억원으로 전체의 74.5%에 달했다. 군당국이 자체 의료인력 양성·유지 대신 민간병원 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이같은 현 정책과 군의료 등 공공의료 실태 속에서는 정부가 꺼내든 의대 정원 확대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선발 인원을 10년간 의무복무로 묶어두겠다는 복안이지만 인턴(1년)과 레지던트(4년), 펠로우(2~3년) 기간을 감안하면 지역에서 실근무하는 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의료인 양성도 어려울 뿐더러,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출 시기에는 지역의무복무 기간을 넘겨 대도시 집중 현상만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복무기간을 채운 이들을 지역에 붙잡아놓기 위해선 지역의사 보수 등 처우가 개선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선 정부가 아직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윤주경 의원은 “지방근무 여건, 지방 의료진에 대한 처우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의무복무를 전제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몇 년 지나면 나가버리는 구조에서는 숙련인력을 양성할 물리적 여건이 조성되기 어렵고, 결국 공공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도가 군병원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

[과학수사의 첨병, 프로파일러의 세계] 
<3> 전주 고준희양 실종 사건

고준희(5)양의 빈소가 마련된 전북 군산 금강장례식장에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세요’라고 적힌 화환이 영정 앞에 놓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준희(5)양의 빈소가 마련된 전북 군산 금강장례식장에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세요’라고 적힌 화환이 영정 앞에 놓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편집자주
범죄 드라마나 영화에서 ‘초능력자’처럼 등장해 범죄자의 감정선을 무너뜨리는 프로파일러. 그러나 실제 프로파일러는 끊임없이 범죄자 심리나 행동패턴을 분석해 범행의 이유를 찾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월요일마다 범죄 현장 뒤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조명합니다.

“저도 아주머니도 딸 키우는 부모지 않습니까. 준희는 이 추운 겨울, 그늘진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거예요. 지금이라도 그 아이를 볕 드는 양지에 묻어줄 수 있게 저를 한 번만 믿고 최면 수사에 응해주세요.”

눈이 왔더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됐으련만, 추적추적 가랑비만 무심하게 내리던 2017년 12월 25일 늦은 밤이었다. 전북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소속 프로파일러 박주호(47) 경위는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무실에서 전화로 한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사라진 다섯살배기 고준희양을 찾기 위해 그가 매달릴 곳은 이 아주머니의 ‘기억’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절박했다”고 아주머니를 설득한 때를 떠올리던 박 경위는 천천히, 3년 전 사건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어린 준희가 사라졌다… 경찰 수색 나섰지만 빈손

“애가 없어졌어요.”

준희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처음 경찰에 접수된 것은 그 해 12월 8일이었다. 준희의 계모 이모(35)씨가 “집을 비운 사이 아이가 사라졌다”며 112에 신고 전화를 걸어왔다. 신고에 따르면 20일 전인 11월 18일 낮 12시쯤 이씨가 시장에 간 사이 집에 혼자 있던 준희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왜 20일이나 지나서 신고를 했냐?”는 경찰의 물음에 이씨는 “별거 중인 준희 친아버지가 데려간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준희의 양할머니 김모(61)씨도 “애가 자주 혼자 밖을 나갔다. 그래서 혹시 몰라 옷을 따뜻하게 입혀놓고 외출한 사이 애가 사라졌다”며 아이가 자발적으로 나가 실종됐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사라진 준희를 찾기 위해 전북 일대 경찰이 총동원됐다. 형사 100여명이 사건에 긴급 투입돼 실종 추정일 전후 20일간의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에 들어갔다. 3,000명의 인원에 경찰견까지 투입돼 일대 저수지와 야산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준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신고 접수 일주일만인 12월 15일 ‘고준희양 실종 사건’을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전주시 전역에는 ‘실종 아동을 찾습니다’ 포스터가 걸렸다. 뉴스에선 준희의 사진과 함께 “최대 포상금 500만원”이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지만, 쓸만한 제보는 없었다. 그렇게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나 싶었다.

2017년 12월 경찰이 실종된 고준희양을 찾기 위해 배포한 전단지. 전북경찰청 제공
2017년 12월 경찰이 실종된 고준희양을 찾기 위해 배포한 전단지. 전북경찰청 제공

수상한 가족들… “준희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한편 실종 신고 접수 3일째인 12월 10일부터 이 사건에 투입된 박 경위는 ‘이 사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가족들 진술에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던 터라, 수사 초기 경찰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한다. 가족들 주장대로 준희가 스스로 나갔다면 이웃 중 누군가는 준희를 봤을텐데, 목격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누군가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당시 준희는 계모 이씨, 양할머니 김씨, 배다른 남동생과 함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빌라에 살고 있었다. 친아버지 고모(36)씨가 준희 친모와 이혼 소송 중에 이씨와 살림을 차렸는데, 이후 이씨와의 사이가 틀어져 잠시 별거 중인 탓이었다.

경찰이 가족들과 이웃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준희는 이 집의 ‘미운 오리새끼’였다.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양할머니와 계모가 준희를 이뻐할 리 만무했다. 할머니는 늘 인스턴트 식단으로 밥을 줬고, 준희를 혼자 집에 두고 외출했다고 한다. 임신 6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였던 준희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 병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2016년 9월을 마지막으로 준희는 병원을 찾지 않았다.

박 경위는 천천히 이들의 진술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계모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실종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해 길게 묘사한 반면, 준희의 실종시점이나 경위는 짧게 설명하는 데 그쳤다. 이씨는 준희를 “보통 체격에 사시, 앞 윗니가 빠져 있는 계란형 얼굴”이라며 무미건조하게 묘사했다.

할머니 김씨도 “(준희를 데리고 있으면) 창피해서 주변에 말도 못 한다”며 부정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버지 고씨는 준희에 대한 관심은커녕 새 부인 이씨와 화해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요청을 거부하는 등 뭔가 숨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 경위는 이를 바탕으로 12월 20일 3명의 심리와 역학 구조를 분석한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작성해 윗선에 제출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피상적 양육 태도를 가진 양육인에 의한 범행 가능성 높음”이었다. 그가 볼 때 이 사건은 실종이 아니라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은 이 보고서와 그간의 수사내용을 토대로 이틀 뒤인 22일 이들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 본격적인 강력사건 수사에 돌입했다.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추정된 실종일인 ’11월 18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관건은 “준희가 진짜로 사라진 건 언제냐”였다.

경찰이 '5세 여아 실종 사건' 당사자인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2017년 12월 16일 오전부터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봉 자락에서 수색을 시작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경찰이 ‘5세 여아 실종 사건’ 당사자인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2017년 12월 16일 오전부터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봉 자락에서 수색을 시작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최면수사로 준희 실종시점 찾아내다

아버지와 계모, 양할머니 모두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기댈만한 건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뿐이었다. 경찰이 최우선으로 접근한 목격자는 준희네 집 이웃에 살던 주부 A씨였다. 수사 초기 탐문 조사에서 A씨는 준희를 마지막으로 본 건 7~8월인 여름이었다고 진술했다. 준희의 마지막 모습이 반팔을 입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의자들은 준희를 사실상 집안에서만 양육했는데, 외출이 거의 없는 준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람은 A씨가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흐릿한 A씨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박 경위가 꺼낸 든 건 ‘최면’이었다. 박 경위가 크리스마스 저녁, 전화기를 붙잡고 A씨를 설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의 간곡한 호소가 최면을 믿지 않던 A씨의 마음을 움직였던 걸까? A씨는 이틀 뒤인 12월 27일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났다. “그래도 못 믿겠어요”라며 의심을 거두지 못하던 A씨는 결국 암막이 쳐진 사무실에 박 경위와 마주 앉았다.

박 경위는 “최면수사의 성패는 검사자와 피검사자의 거리감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내면 깊숙한 기억을 꺼내려면, 피검사자인 A씨의 ‘마음의 벽’을 무너뜨려야 했다. 박 경위는 A씨와의 라포(rapport, 친밀감) 형성을 위해 최면 전 수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순간 A씨와 박 경위는 오랜 친구라도 된 것처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당연히 최면에서 나온 증언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돼요. 하지만 최면은 분명히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수사기법 중 하나에요. 최면을 통해 되살린 기억이 맞는지 하나 하나 따져 나간다면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어요.” 박 경위의 설득에 A씨가 눈을 감자 최면 수사가 시작됐다.

“준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4월 25일 오후 7시쯤이었어요. 매달 25일에 월세를 냈는데, 그날 남편과 월세 때문에 싸웠거든요. 저는 집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앞집 아이들이 오는 소리가 창문 밖에서 들렸어요. 애들 엄마와 아들, 그 뒤로 준희가 아버지 왼손을 잡고 현관문으로 들어가요. 단발머리, 긴팔에 아래는 분홍 바지를 입었어요. 머리엔 분홍 머리끈을 했어요. 분홍색 방울 머리끈.”
(2017년 12월 27일 법최면 당시 A씨 증언 재구성)

아뿔싸, 분홍 머리끈! 박 경위는 며칠 전 준희의 유전자 정보(DNA) 확보를 위해 고씨의 집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A씨가 묘사한 바로 그 머리끈을 거기서 본 것이다. 박 경위는 A씨의 최면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최면에서 깨어난 A씨는 “정말 준희를 마지막으로 본 건 4월이었네”라며 놀라워했다.

경찰은 이 ‘4월 25일’을 기점으로 그 이후의 가족들 동선을 추적, 준희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다. 경찰은 곧 이들 가족이 4월 28일 경남 하동군의 한 펜션에 가족여행을 간 사실을 파악했다.

“묘하게 시점이 딱 맞아떨어졌어요. 마치 큰일을 끝내고 다같이 축하여행이라도 떠난 것마냥. 28일 하동 펜션에 준희가 없었다면, 준희의 예상 실종 일자를 4월 26~28일로 좁힐 수 있었어요.” 생각에 잠긴 형사과장이 그를 다시 불렀다. “박 프로, 내일 그 하동 펜션에 한 번 가줘야겠어.”

실종된 고준희(5)양을 야산에 유기한 친부 고모(36)씨가 2017년 12월 29일 새벽 전주 덕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실종된 고준희(5)양을 야산에 유기한 친부 고모(36)씨가 2017년 12월 29일 새벽 전주 덕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준희 실종 후 펜션여행 간 수상한 가족

“4월이요? 반년이나 지났어요. 손님이 한두명이 아닌데, 제가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기억하겠습니까?”

2017년 12월 28일 오후 하동군 펜션 주인 B씨는 준희 가족들의 사진을 내민 박 경위를 보고 “기억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형사 한 명과 급하게 차를 몰아 여기까지 왔건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박 경위는 B씨를 설득해 펜션 바로 옆 콘테이너박스에 임시로 암막을 친 뒤 다시 한 번 최면을 시작했다.

“승용차에요. 앞좌석에서 부부가 내리고, 뒷좌석에서 할머니와 어린 손자가 내려요. 그날 차에서 내린 건 4명이었어요. 5명이 아니에요. 여자 아이는 없었어요.”
(12월 28일 법최면 당시 B씨 증언 재구성)

박 경위는 “그 때 ‘2017년 4월 26~28일 사이 준희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고, 그 이후 준희를 목격한 사람은 없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이 ‘3일’에 수사 역량을 집중했다. 당시 피의자들의 행적을 샅샅이 뒤졌는데, 수상한 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4월 27일 새벽 전북 군산시 한 인적 없는 야산에 아버지 고씨와 할머니 김씨가 함께 방문했던 것이었다. 그 야산은 고씨의 할아버지가 묻혀 있는 집안의 선산이었다.

“친하지도 않은 두 사람이, 늦은 밤 집에서 먼, 인적도 없는 야산에 같이 갔다라. 의심이 갈 수밖에 없죠.”

경찰은 피의자들의 꼼짝할 수 없게 수사 내용을 들이밀며 고씨와 이씨, 김씨를 몰아붙였고, 결국 이들의 자백을 받았다. 27일 새벽 준희를 그 선산에 묻었다는 자백. 즉시 10여명의 과학수사대원들이 출동해 예상 매장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차가운 땅 속에서, 8개월 넘게 잠들어있던 준희의 시신이 발견됐다. 12월 30일 자정쯤이었다.

“지금까지 수백건의 살인사건을 다뤘어요. 토막 살인 등 온갖 잔인한 시체를 봐도 우린 아무렇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게 강한 경찰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 있어요. 어린 아이, 준희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아이가 변을 당했을 때에요. 한달 동안 전북 경찰이 여기에 죽을듯이 매달린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실종된 고준희(5)양의 시신이 29일 새벽 전북 군산 오식도동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이 옮기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실종된 고준희(5)양의 시신이 29일 새벽 전북 군산 오식도동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이 옮기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7개월간 허위 실종신고 준비” 반인륜적 범죄

나중에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전주지법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고씨는 2017년 4월 10일 준희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 발목을 수차례 짓밟았다. 준희의 복숭아 뼈에 고름이 생기고 종아리, 허벅지가 검게 부어올랐지만 고씨와 이씨는 준희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준희는 4월 20일부터 혼자서 걷거나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이후에도 학대는 계속됐다. 고씨는 4월 24일 준희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의 옆구리 등을 발로 차고 짓밟았고, 준희는 결국 26일 오전 갈비뼈 골절로 인한 호흡 곤란 등으로 사망했다. 부부는 4월 27일 김씨와 공모해 군산시 한 야산에 준희를 암매장했다. 김씨가 차에서 망을 보는 동안, 고씨는 삽으로 땅을 팠다. 이들은 이후 양육수당을 신청하거나 준희 생일 전날인 2017년 7월 21일 케잌을 사거나 미역국을 준비하는 등 허위 실종 신고를 위한 준비를 했으며, 12월 8일 112 신고를 통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그들의 완전범죄 계획은 최면 수사와 경찰의 치밀한 동선 분석을 통해 완전히 무너졌다. 이웃 주민들의 기억을 속이기 위해 7개월을 기다린 것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반인륜적 범죄”라며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고씨에 대해 징역 20년, 계모 이씨에 징역 10년, 할머니 김씨에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전주 고준희양 실종사건 경과. 송정근 기자
전주 고준희양 실종사건 경과. 송정근 기자

전주=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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