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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中대사관 화상으로 국감 “연구소 구성원들과 식사와 와인.. 학교 지적 받고 전액 환급”

21일 국회에서 열린 주중대사관 화상 국정감사에서 장하성 주중대사(가운데)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21일 국회에서 열린 주중대사관 화상 국정감사에서 장하성 주중대사(가운데)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고려대 교수 재직 시절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연구비·행정용 법인카드를 써 교육부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장하성 주중 대사가 21일 사과했다. 다만 유흥주점을 이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음식점”이라고 강조하며 “노래방 시설이 있는 별도의 룸(방)은 이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홀짝게임

장 대사는 이날 영상으로 진행된 주중대사관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2016~2017년 학교 부설 연구소장을 맡았던 시절 연구소 구성원들과 음식점에서 식사와 와인 같은 술을 곁들인 회식을 했고, 6차례에 걸쳐 279만원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소 운영 카드와 연구비 지원 카드로 나눠 결제했고, 학교로부터 지적을 받고 전액 환급했다”고 했다. 장 대사는 “적절하지 못하게 쓴 데 대해 고대 구성원들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일대사관, 주중대사관 화상 국정감사에서 장하성(화면) 주중 대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일대사관, 주중대사관 화상 국정감사에서 장하성(화면) 주중 대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교육부는 지난 1~2월 고려대에 대한 종합 감사를 벌여 2016년부터 4년간 221차례에 걸쳐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6693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고려대 교수 1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경영대 교수였던 장 대사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만 장 대사는 지난해 고려대에서 정년 퇴임해 중징계 요구는 ‘불문(不問·징계를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사는 2017~2018년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파워볼

교육부 감사결과처분서에는 해당 업소에 대해 ‘양주 등을 판매하고 별도 방에 테이블, 소파, 노래방 기기를 갖췄고 여성 종업원이 손님 자리에 착석하여 술 접대 등을 하는 유흥업소’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장 대사는 “음식점 내 개방된 홀에서 와인을 마셨고 거기에 노래방 시설이 있는 별도의 방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거기를 이용한 적 없다”고 했다.

장 대사는 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6·25 전쟁 관련 발언에 대해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중국 관영 매체가 이를 보도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세관이 BTS 관련 상품에 대해 검사를 강화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해관(세관)으로부터 유언비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감사원 ‘원전 감사’ 공직사회 반응

[서울신문]책임감 갖고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찬물’
파일 삭제 윗선 지시 없으면 어려운 일
실무 공무원이 아니라 윗선을 처벌해야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는 풍토 조성 필요

2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산업정책관실 앞을 한 공무원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당시 산업부 실무자였던 원전산업정책관과 원전산업정책과장에 대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 지시 및 실행을 이유로 경징계 이상 처분을 요구했다.세종 뉴스1
2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산업정책관실 앞을 한 공무원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당시 산업부 실무자였던 원전산업정책관과 원전산업정책과장에 대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 지시 및 실행을 이유로 경징계 이상 처분을 요구했다.세종 뉴스1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관련 감사 결과가 나온 후 공직사회가 출렁이고 있다. 국정 핵심 과제를 추진하다 실무 공무원까지 징계를 받자 “공무원이 봉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하나파워볼

정부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21일 “공무원은 본질적으로 개인 소신보다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의 결정에 따르는 존재다. 그게 바로 막스 베버가 강조한 근대 관료제의 기본 원칙”이라며 “‘정치’에서 결정한 걸 ‘행정’에 책임을 묻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과장급 공무원은 “국정과제가 바뀌면 그걸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게 공무원 역할이지 판단은 공무원 몫이 아니다”라면서 “감사원에서 그런 부분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장급 공무원은 “책임감을 갖고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공무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고 탄식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된 공무원들을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공무원은 “국정과제를 성실히 수행했는데, 그 대가가 징계 요구와 고발이라면 어느 공무원이 책임 있는 자세로 일하겠느냐”며 “산업부 내에서 징계 절차를 밟을 텐데 굳이 수사 의뢰와 고발을 해야 하는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경제부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공무원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윗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윗선의 지시가 어떤 게 옳고 부당한지는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고, 그 당시는 옳고 그름을 알 수 없는 게 많다. 공무원들이 항상 어려움을 겪는 철학적 문제”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부당한 폐쇄 과정에서 감사를 방해하고 직권 남용하고 공용 서류를 손상한 책임자들을 모두 형사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전날 월성1호기 자료를 무단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한 공무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실무 공무원이 아니라 윗선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공무원들이 통상적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건 쉽지 않다”면서 “파일을 조직적으로 삭제하는 건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의 지시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과장급 공무원은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건 현 정부뿐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의 드러나지 않는 속성”이라며 “윗선에서 정무적으로 판단해 놓고, 일선 행정 부서에서 알아서 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실국장들도 고공단이 생기면서 비정규직 신분이 됐는데, 그들의 신분 안정 장치를 마련해 줘야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공무원은 “관련 파일 삭제 등 감사방해 행위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잘못이니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면서 “다만, 부당한 지시에 저항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감사원은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것과 관련, 정치적 절충안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해명할수록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한 듯 ‘감사원은 감사 결과가 담긴 감사보고서로 말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강조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에 나온 내용 말고는 더 말할 게 없다”면서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한 부분도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보고서 내용 그대로다”고 말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91명→76명→58명→91명→?..재활병원·가족모임서 확진자 잇따라
해외유입 사례도 어제 30명대로 다시 늘어..지속적 증가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요양·재활병원 등 의료기관 집단발병 여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추석 연휴 가족·지인모임을 고리로 한 소규모 집단감염이 뒤늦게 곳곳에서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해외유입 확진자도 다시 증가세를 보여 방역당국으로서는 지역발생과 해외유입 감염을 동시에 차단해야 하는 ‘이중고’의 상황에 처했다.

요양병원·시설 등 종사자 코로나19 전수검사 [연합뉴스 자료 사진]
요양병원·시설 등 종사자 코로나19 전수검사 [연합뉴스 자료 사진]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별 신규 확진자는 77명→63명→75명→64명→73명→75명→114명→69명→54명→72명→58명→98명→91명→84명→110명→47명→73명→91명→76명→58명→91명 등으로 10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전날까지 6일 연속 100명 아래를 유지하긴 했지만, 의료기관과 가족·지인모임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에 더해 해외유입 사례까지 늘어나면서 전날은 100명에 가까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파워볼사이트

이런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이날 오전 발표될 코로나19 환자 통계에서는 다시 세 자릿수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경기 부천에서 명절 가족모임과 관련된 집단감염이 새로 발견돼 전날 정오까지 총 12명이 확진됐다.

또 서울 강남·서초 지인모임에서도 확진자가 8명 더 늘어 총 1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코로나19 집단발병이 확인된 의료기관에서도 추가 감염자가 속출했다.

경기 광주시 ‘SRC재활병원’과 관련해 격리 중이던 환자, 간병인, 보호자, 직원 등 23명이 추가로 무더기 양성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86명으로 늘어났다.

부산 ‘해뜨락요양병원’과 관련해서도 7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81명이 됐다.

이런 가운데 해외유입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방역당국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이달 15일부터 사흘간 15명→6명→11명 등으로 10명 안팎을 오르내렸으나 18일부터 나흘간은 20명→26명→17명→34명 등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전날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 34명의 유입 추정 국가를 보면 프랑스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가 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세는 최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는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의료기관 등 감염병 취약시설의 집단감염과 함께 해외유입 증가 상황을 코로나19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정 본부장은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의 종사자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증상이 있을 때는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달라”는 당부를 하면서 “최근 유럽 등에서 해외 발생이 늘고 있어 국내 유입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당국은) 공항과 항만에서 검역과 접촉자 관리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sun@yna.co.kr

서울시장 출마여부 묻자, 즉답 피하며 “정권교체가 필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조선일보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조선일보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내년 재보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와 관련, 즉답을 피하면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며 ‘야권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지난 10일 경기도 양주의 한 야외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찬 모임에 참석해 한 시간가량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다. 안 대표는 모임에 초청받고 “사람들 만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이날 모임에는 홍인정(은평갑), 공재광(평택갑) 위원장 등 수도권의 40~50대 ‘소장파’ 전·현직 당협위원장 15~16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안 대표와는 일면식이 없었다고 한다. 일부는 “정말 올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원래 매달 열던 모임이지만 참석자들은 총선 패배로 6개월 만에 만났다고 한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에서 참석자들이 “계파 활동 안 하고 당을 지켜왔는데 바른미래당 출신들과 통합하면서 오히려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번 총선에 출마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안 대표는 여러 사람 발언을 끝까지 경청하며 공감과 위로를 표했고, 서서히 분위기가 풀렸다.

한 참석자가 “서울시장 출마하느냐”고 묻자, 안 대표는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상당수 참석자는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는 “(안 대표가) 정권 교체를 위해 이번 재보선부터 야권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는 뜻 같았다”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안 대표는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 양보’를 했던 상황에 대해 “당시 여론조사에서 제가 1등이었지만 박 전 시장이 무소속 후보로서 굉장히 확고하게 출마 입장을 피력해서 ‘그러면 하십시오, 도와드리겠다’ 해서 단일화가 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섭섭한 것은 이후에 박 전 시장이 저와 의논이나 연락도 없이 갑자기 민주당에 입당을 했다. 저도 좀 황당했다”고 했다. 보수 진영 일각의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책임론’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 대표는 자신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서도 “저를 오해하고 계신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안 대표가 자신의 국회의원 출마 권유를 거절한 것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라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당시 김 위원장에게) ‘저는 안 한다. 정치에 관심 없다’고 했는데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을 왜 하나’ 이런 식으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안 대표는 유럽 5국을 돌며 쓴 책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 일일이 서명해서 나눠줬다. 안 대표는 2~3차례 “진정성 있게 직접 썼다. 꼭 읽어봐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 뜻을 밝힌 김선동 전 사무총장도 이날 모임에 초청됐다. 김 전 총장은 안 대표 참석 소식에 “보수가 큰 틀에서 같이 가야 된다”며 자리를 함께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다음 달 5일에는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 다음 달 6일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공동 연구 모임인 ‘국민 미래 포럼’에 강연자로 나서기로 했다.

한편 이날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중진 연석회의를 열었다. 전날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야당 역할을 못한다” 등 쓴소리를 하자 중진들과 대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일부 중진은 “좀 더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지만, 정진석 의원은 “소속 의원 103명 중 절대다수는 지금의 비상 체제 지도부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고, 권영세 의원도 “김종인 비대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중진들과 김 위원장의 신경전이 봉합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엄마 기다리던 6살 음주운전 차량에 참변
술냄새 풍기며 아들과 장례식장 온 가해운전자
靑청원 11만명 돌파, 유족 “음주운전은 살인”

이씨는 "둘째는 웃는 모습이 예뻐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았다. 그만큼 밝았던 아이"라며 떠난 아들을 추억했다. 오른쪽은 지난달 6일 사고 직후 현장 모습. 가해 운전자 A씨의 SUV가 들이받은 가로등이 쓰러져 있고 이씨의 아들이 당한 사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씨 제공
이씨는 “둘째는 웃는 모습이 예뻐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았다. 그만큼 밝았던 아이”라며 떠난 아들을 추억했다. 오른쪽은 지난달 6일 사고 직후 현장 모습. 가해 운전자 A씨의 SUV가 들이받은 가로등이 쓰러져 있고 이씨의 아들이 당한 사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씨 제공


여섯 살 둘째 아이가 떠난 지 벌써 한 달 하고 보름이 더 지났다. 세살 터울의 큰아들은 동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충격을 받았을 큰아들이 걱정돼 엄마아빠는 아직도 숨어서 운다.

둘째는 햄버거 가게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음주운전 차량에 변을 당했다. 가해 운전자는 조기축구 모임에 갔다가 낮술을 마시고 인사불성 상태로 운전석에 앉았다. 최근에야 언론에 보도돼 국민적 공분을 샀던 바로 그 사건이다.

부모는 동생 이야기에 극심한 우울감을 보이는 첫째를 위해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피해왔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건이 계속되자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지난 6일 국민청원을 올려 어린 아들의 허망한 죽음을 털어놨고 음주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아빠 이모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간절한 호소를 이어갔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보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는 “가해 운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려거든 차라리 우리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로 나를 잡아가 달라”고 분노했다.단 3분 만에, 행복은 악몽이 됐다
사고는 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다녀오던 길,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 말에 엄마는 인근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던 때였다. 매장 안 사람들을 배려해 엄마는 두 아들을 잠깐 밖에 서 있게 했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장난스럽게 미소를 주고받던 모자의 행복은 단 몇 분 만에 악몽으로 변했다. 엄마가 주문번호 확인을 위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뒤쪽에서 ‘쾅’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돌아본 장면은 끔찍했다. SUV 차량에 들이받힌 가로등이 꺾인 채 쓰러져 있었고 거기에 머리를 맞은 둘째가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다. 옆에 선 첫째는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고 당시 현장 사진. 만취 상태로 7㎞ 정도를 달리던 가해 운전자 A씨는 햄버거 가게 앞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멈췄고 쓰러진 가로등에 머리를 크게 다친 이씨 아들은 사고 1시간 만에 숨졌다. 이씨 제공
사고 당시 현장 사진. 만취 상태로 7㎞ 정도를 달리던 가해 운전자 A씨는 햄버거 가게 앞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멈췄고 쓰러진 가로등에 머리를 크게 다친 이씨 아들은 사고 1시간 만에 숨졌다. 이씨 제공


이씨는 “카드 결제 내역을 보니 오후 3시26분에 아내가 음식을 주문했더라. 그다음 3시29분에 119와 통화한 기록이 있었다”며 “단 3분 사이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대가 도착하고도 둘째는 피를 흘리며 한동안 거리 위를 헤매야 했다. 코로나19와 의료진 파업 사태가 겹쳐 가까운 응급실 세 군데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은 탓이었다.

일요일이던 사건 당일 남편 이씨는 회사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는 “오후 3시40분쯤 아내에게 온 전화를 받았더니 ‘오빠 OO이 죽는다’는 소리만 남기고 끊어졌다. 이후 다른 가족에게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는데 오후 4시10분쯤 의사에게 빨리 오라는 연락이 왔다”며 “오후 4시20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9분 뒤 아들의 사망판정을 들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 오후 3시29분, 아이가 사망한 시각 오후 4시29분. 단 한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씨는 “믿을 수 없었다”는 말을 반복했다.하얀 패딩에 술 냄새… 가해자가 장례식장에 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인 50대 A씨의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4%였다. 면허 취소 수준인 0.08%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그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조기축구 모임을 나가 술을 마셨고 그대로 운전대를 잡아 무려 7㎞를 달렸다. 이씨는 “우리 가족은 당연히 A씨가 구속된 줄 알고 있었는데 체포 직후 경찰이 집에 보냈다더라”며 “아예 대화가 안 되고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여서 조사를 못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족이 가해 운전자를 마주한 건 뜻밖의 장소에서였다. 사고 이튿날 오전 7시반쯤, 이른 시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장례식장에 처음 보는 두 남성이 나타났다. 이씨는 “허름한 하얀색 점퍼를 입은 나이든 남자 한 명과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캐주얼 차림의 남자 한 명이었다”며 “누군가 싶어 가까이 갔는데 술 냄새가 확 나더라”고 말했다.

‘어떻게 오셨냐’는 이씨의 물음에 이들은 “가…가해…”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이씨는 “이때까지만해도 A씨가 구속된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해자의 아버지와 아들이 찾아온 줄 알았다. 너무 화가 나 욕을 하며 쫓아냈다”며 “이후 처남이 우리 부부를 대신해 경찰서를 갔는데 두 사람이 뒤이어 들어왔다더라. 경찰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저 사람이 가해 운전자’라고 말해 그제야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죄송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쭈뼛대기만 하다가 1분도 채 안 돼 나갔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A씨가 장례식장을 찾은 것은 감형을 미리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어떻게 아들을 데려올 생각을 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자기도 자식 키우는 입장이니 동정해달라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슬퍼하는 아빠를 처음 봤어” 9살 아들이 말했다
남은 가족들은 여전히 괴로움 속에 매일을 살지만 A씨의 사과는 받지 못했다. 합의는 없다는 유족 측 입장에 가해자는 발 빠르게 변호사를 선임했고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재판부에 5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상태다. 이씨는 “도대체 뭐라고 썼을지 너무 궁금하다. 정말 파렴치한 아닌가. 도저히 반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말 반성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진심을 전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 사과는커녕 시도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를 더욱 분노케 한 건 A씨와 함께 모임을 갖고 술을 마셨던 조기축구 모임 회원들의 진술이다. 그들은 “A씨는 막걸리 1병반 밖에 마시지 않았다” “A씨는 한동안 술과 담배를 끊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날따라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지 모르겠다” “운전을 하려고 하길래 수차례 말렸다” 등의 말을 경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거짓말로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그 회원들은 제대로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에 간 게 맞을까. 술에 취해 운전한 가해자를 끝까지 말리지 않고 뭘 한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이제는 사과한다고 한들 받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힘들어하는 첫째를 볼 때면 그 마음은 더 커진다. 바로 옆에서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 9살 형은 현재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동생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 이거 정말 싫어’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 본인이 느끼는 상실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며 “첫째와 둘째는 코로나19 탓에 24시간 내내 붙어있었다. 동생이자 친구이자 분신이었던 존재가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엄마아빠가 슬퍼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아 한다”며 “얼마 전 장례식 이야기를 꺼내며 ‘나는 아빠가 그렇게 슬프게 우는 건 처음 봤어’라고 하더라. 너무 마음이 아파서 첫째 앞에서 울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청원이 답이 아니란 걸 압니다, 하지만…”

이씨 아내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유족들은 "음주운전은 살인과도 같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올린 청원"이라고 밝혔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씨 아내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유족들은 “음주운전은 살인과도 같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올린 청원”이라고 밝혔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씨 아내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21일 오후 기준 11만1251명의 동의를 얻었다. 내달 5일 마감하는 이 청원의 남은 기간은 보름 남짓이다. 이씨는 국민청원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고 했다.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대답을 듣는다고 해도 형식적인 내용에 실망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청원이 간절한 이유는 떠난 둘째에게, 남은 첫째에게 올바른 사회 정의를 확인시키고 싶어서다.

이씨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분명 음주운전은 살인과도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만 다시 한번 강조해줘도 더 바랄 게 없다”며 “국민의 위로를 받고 10만명의 동참을 이끌어낸 것만 해도 저희는 만족한다. 하지만 ‘음주운전=살인’이라는 공식을 더 많은 분이 알아주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11월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에서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숨진 윤창호(22) 씨의 영결식이 끝난 이후 관이 운구차량으로 옮겨지자 고인의 친구들이 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11월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에서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숨진 윤창호(22) 씨의 영결식이 끝난 이후 관이 운구차량으로 옮겨지자 고인의 친구들이 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윤창호법의 시작이 된 2018년 ‘윤창호 사망 사건’ 당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처벌 강화 등 관련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했다. 이후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6월 25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지난 7월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음주운전 사고는 오히려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전국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총 82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469건) 대비 10.8% 늘었다. 이로 인한 부상자도 지난해 1만2093명에서 올해 1만3601명으로 많아졌다.

이씨는 “잘 만들어 놓은 윤창호법을 사법부가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 첫 판례들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와 비슷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나온다면 그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만약 가해자에게 가벼운 형량이 내려진다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심정이냐면, 차라리 내가 술을 마시고 가해자 아들에게 해코지하고 싶을 정도다. 내가 교도소에 몇 년 살다 나오는 게 더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 어느 부모라고 다르겠느냐”고 했다.

인터뷰 내내 강한 어조로 가해자의 처벌을 외치던 이씨의 목소리는 딱 한 번 흔들렸다.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못다 한 말이 많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눈물을 머금고 진심을 전했다. “엄마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늘 웃는 얼굴로 씩씩하게 형이랑 잘 지내줘서 고맙다. 꿈에서라도 장난감 사달라고 말해줘. 아빠가 꼭 사 들고 갈게.”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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